국가 양자과학 기술전략 최고 심의·의결기구인 '양자전략위원회'가 연내 출범한다. 이르면 12월 양자기술 정책에 대한 첫 논의를 시작한다. 국내외 양자기술 전문가들은 "양자기술 분야에서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을 찾고, 학계-산업계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양자기술 분야 최고 회의체인 양자전략위원회가 연말 신설돼 활동을 시작한다. 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관계부처 장관과 양자기술 관련 민간위원 등 20여명으로 꾸려진다.
양자전략위원회는 중장기 양자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양자기술 수요 부처 간 업무를 조정하는 등 국내 양자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게 된다. 위원회 신설의 법적 근거가 될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 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시행령'도 내달 1일 시행된다.
국가 차원의 양자과학기술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가운데, 양자 분야의 국제 학계·산업체 간 협력을 강화해 '한국만의 강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프랑스 중성원자 양자컴퓨팅 기업 파스칼(Pasqal)의 공동 설립자이자 202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물리학자 알랭 아스페 교수는 22일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비서관(과기수석)과 만나 양자과학기술에서의 협력을 강조했다.
파스칼 관계자는 23일 "(아스페 교수가) 박 과기수석과의 간담회에서 한국과 프랑스의 학술 연구팀 간 과학적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 "양자과학기술 학계, 기업, 투자자를 결합한 '공동디자인 센터(Co-design Center)'를 한국에 설립해 한국에서의 의미 있는 양자 응용 및 활용 사례를 개발하고, 한국 양자기술 스타트업의 창업을 촉진할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국가 양자기술전략 '싱크탱크(think tank)'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연) 국가양자기술전략센터의 백승욱 센터장은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주요국이 양자 기술에 수조원을 투입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양자 기술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며 "다만 기술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만큼 각자가 보유한 기술에 대한 통제도 강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과의 기술 교류를 위해선 한국이 세계 양자 산업의 '리더'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대등한 관계는 될 수 있게 되도록 우리만의 기술력을 하루빨리 갖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백 센터장은 "양자컴퓨팅, 양자 통신, 양자 센싱 등의 분야는 한국에서도 오랫동안 연구해온 분야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강점이 있다"고 전망했다.
양자표준기술 기업 SDT를 이끄는 윤지원 대표는 "국가 차원에서 가장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자원이 미국 등에 비해 제한돼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산업화에 초점을 둔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이 전통적으로 잘하는 제조업을 양자기술과 연결 지을 방법을 모색하되, 국내외 여러 양자 기업 간 네트워크를 구성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4월 국가 양자과학기술 및 산업 육성 전략인 '퀀텀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며 퀀텀 이니셔티브의 핵심 목표 중 하나로 "민-관이 한 팀으로 기능하는 전략적 '퀀텀 거버넌스'를 구축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출범을 앞둔 양자전략위원회도 퀀텀 거버넌스의 한 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르면 12월 양자전략위원회의 첫 회의를 개최하고자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wissen.co.k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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