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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정원, 안보기술연구원 만든다…"AI·양자기술 위협 대비"

국가정보원이 '국가안보기술연구원' 설립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섰다. AI(인공지능)·양자컴퓨터 등 신기술 개발로 파생되는 안보 위협을 선제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국정원 역사상 법률을 근거로 산하기관을 설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8일 정보당국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 5일 이 같은 내용의 '국가안보기술연구원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국정원은 다음달 15일까지 국민들로부터 관련 법률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시행령 제정, 관계부처 협의, 법제처 심사, 국회 제출 등의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올 연말 국회를 통과한다면 국가안보기술연구원은 이르면 내년 초 공식 출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원 관계자는 "AI·양자기술 등으로 파생되는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확보는 국가안보의 필수요소로 대두되고 있다"며 "국가안보기술연구원 설립은 국가안보와 국익수호에 필요한 과학기술 분야 R&D(연구개발)와 기술지원 등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우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가보안기술연구소를 흡수해 관련 R&D 역량을 확대·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와 국가보안기술연구소를 지원·관리해 오던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도 별다른 이견 없이 이관에 합의를 마쳤다고 한다.


국가보안기술연구소는 그동안 과기정통부와 국정원 산하에서 사이버안보 위협 관련 R&D를 해오던 기관이다. 그러나 관리체계가 이원화돼 안보 분야 R&D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웠다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다. 법률이 제정되면 국가안보기술연구원은 국가보안기술연구소의 예산·권리·의무 등을 모두 승계하고 출범과 동시에 국가보안기술연구소는 폐쇄된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가안보기술연구원은 연구와 경영에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할 것"이라며 "국내외 대학, 연구기관 등과 연구협력·학술교류 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존 NST 산하 25개 연구기관 체제는 올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이 우주항공청 산하로 이관하면서 23개로 조정됐다. 여기에 국정원 산하로 국가보안기술연구소가 이동하게 되면서 22개 연구기관 체제로 개편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와 NST 모두 연구소 이관에 큰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국가정보원이 63년 역사상 처음으로 법률로 산하 기술 연구기관 설치를 명시화하려는 것은 '기술패권 시대'를 본격 대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일본 등이 반도체 등 첨단기술에 대해 수출 규제를 거는 가운데 미국처럼 동맹 관계인 국가마저 예외를 인정해주지 않는 게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이다.


8일 정보당국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가안보기술연구원법 제정안'을 마련하고 입법예고했다. AI(인공지능)와 양자컴퓨터 등 신기술 개발로 파생되는 안보 위협을 선제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대표적으로 양자 기술은 신약 개발 등 인류에 기여하는 분야에도 쓰일 수 있지만 사이버 해킹 등에 오남용될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중첩·얽힘 등의 특성에 따라 정보 저장량과 연산 속도가 기존 컴퓨터보다 월등히 높다. 구글이 슈퍼컴퓨터로 1만년 걸릴 계산을 양자컴퓨터로 200초 만에 풀었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컴퓨터 보안체계 등을 무력화할 수 있다.


국정원이 1961년 중앙정보부로 출범한 이래 처음으로 법률로 산하기관 설치를 추진하는 배경도 이런 안보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여야도 국가안보기술연구원법 제정안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기술 보호주의 기조는 날로 격화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지난 5일(현지시간) 양자컴퓨터, 차세대 반도체 등 국가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최첨단 기술 품목 24개에 대해 새로운 수출 통제를 실시했다. 중국·러시아 등을 겨냥한 조치로 영국·일본·프랑스 등에 수출할 때는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동맹인 한국은 수출 규제 예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네덜란드 또한 지난 6일 자국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구형 장비 2종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기존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이미 수출 통제 대상인데 구형 장비까지 포함시켰다. 이 역시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유럽 등 서방 주요국들은 미국의 대중 첨단기술 수출 통제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급변하는 글로벌 안보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관련 기술을 적시에 수급하는 것이 긴요한 상황"이라며 "고도의 보안성이 요구되는 안보기술의 특성상 민간을 통한 기술확보에는 한계가 있어 안보기술 개발을 전담할 국가안보기술연구원을 설립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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