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유기 반도체에서 양자 얽힘 상태의 다중 엑시톤이 생성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전자와 전자의 자리가 비게 되며 생기는 정공이 결합한 엑시톤은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여러 개의 엑시톤이 형성되는 다중 엑시톤의 생성 메커니즘은 에너지 변환과 발광 효율을 높이는 데 핵심 단서로 여겨진다.
연세대는연 김우재 화학과 교수 구팀이 미국 코넬대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유기 반도체 물질의 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바닥 상태)로부터 직접 전이된 삼중항(전자와 정공의 스핀이 같은 방향으로 정렬된 상태) 쌍 엑시톤을 관측했다고 12일 밝혔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다중 엑시톤 상태는 특정 유기 반도체 물질이 빛을 흡수한 후 광자 흡수와 에너지 분할을 거치는 ‘단일항 분열 과정’을 거쳐 형성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초고속 분광 기술을 활용해 다중 엑시톤 상태가 단일항 분열을 거치지 않고도 유기 반도체의 바닥 상태에서 직접 형성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연구팀이 실험을 통해 확인한 모델에서는 양자 상태 중 하나인 '전하 공명 상태'가 삼중항 쌍 다중 엑시톤 상태와 새로운 양자 중첩 상태를 구성한다. 이 때 다중 엑시톤 상태가 직접적으로 빛을 흡수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러한 양자 중첩 상태의 중첩 지속성은 유기 물질의 구조나 용매의 유전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전하 공명 상태와의 중첩을 통한 새로운 다중 엑시톤 생성 메커니즘은 다양한 박막 등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밝혀졌다”며 “유기물의 구조를 조절함으로써 양자 중첩의 정도와 새로운 메커니즘의 발현 여부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후속 연구에선 이 양자 중첩 상태를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빛을 흡수하는 다중 엑시톤 상태를 발현하는 것을 시도한다.
연구를 이끈 김우재 교수는 “지금까지 삼중항 쌍 상태는 무조건 '들뜬 단일항 상태'를 거쳐야만 형성된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었다”며 “이번 연구는 바닥 상태의 유기 반도체가 빛을 흡수해 직접적으로 삼중항 쌍으로 전이되는 것이 가능함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적절한 분자 설계를 통해 일반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광물리 동역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화학’ 10월 호에 게재됐다.
동아사이언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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