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인 지난 17일 미국 실리콘밸리 ‘혁신의 산실’로 불리는 스탠퍼드대에서 좌담회를 했다. 두 정상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6세대 이동통신(6G)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한·미·일 3국이 협업해 글로벌 혁신을 주도해 나가자고 했다.
‘찰떡궁합’ 과시한 한·일 정상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열린 좌담회에 참석해 1시간 넘게 한·일, 한·미·일 간 첨단기술 협력은 물론 스타트업 육성과 미래세대 교류 등을 주제로 청중과 대화했다. 좌담회는 후버연구소 등 스탠퍼드대 3개 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한·일 정상이 제3국에서 공동으로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회는 콘돌리자 라이스 후버연구소장(전 미국 국무장관)이 맡았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를 “국제사회에서 저와 가장 가까운 분”이라고 소개했다. 두 정상은 올해만 일곱 차례 회담했다. 이를 두고 기시다 총리는 “문자 그대로 신기록”이라며 “이 같은 상황을 작년까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한국과 미국, 일본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상호 보완적인 분업 관계에 있음을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앞으로 세계를 바꿀 혁신은 한 나라만으로는 일으킬 수 없다”며 “예를 들어 반도체, 양자, AI는 일본의 부품·소재 기술, 한국의 양산 기술, 미국의 AI 칩 중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AI를 비롯한 디지털과 양자 기술, 6G 등 원천기술은 모든 산업과 사회 시스템 혁신을 촉발해 인류의 미래를 바꿀 ‘게임체인저’”라며 “한·미·일 3국이 원천 첨단기술 분야의 공동 프로젝트를 발굴해 추진하기 위한 논의를 즉각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협력 필요성도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한 양국이 중심이 되는 수소·암모니아 글로벌 밸류체인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제 수소연료전지 파트너십 등 한·미·일 3국 간 공조 사례를 소개했다.
좌담회에 앞서 후버연구소에서 열린 한·일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양국 정상은 내년 일본 도쿄에 코리아스타트업센터를 개소해 양국 교류의 거점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방미 계기로 1.5조원 투자 유치
산업통상자원부는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제너럴모터스(GM) 듀폰 IMC 에코랩 등 네 개 미국 기업이 11억6000만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국내 투자를 신고했다고 19일 발표했다. 산업부는 네 개 기업의 투자가 연간 4조5000억원 이상의 수출 확대 및 수입 대체 효과를 낼 것으로 추산했다.
실파 아민 GM 수석부회장은 15일 윤 대통령과 만나 “한국 정부의 과감한 규제 개혁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제도 개선으로 한국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데 자신감이 생겼다”며 “한국 생산을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듀폰은 경기 용인에 조성될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클러스터 조성 계획과 연계한 반도체 소재·부품 생산공장 및 연구개발(R&D)센터 증설에 2000억원 이상 투자해 100명 이상을 신규 고용하기로 했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의 자회사 IMC는 반도체 제조 공정 및 고강도 공구 제조에 사용되는 산화텅스텐 생산 시설에 투자한다. 에코랩은 반도체 제조용 연마제인 CMP 슬러리 생산에 필수적인 고순도 나노입자(콜로이드 실리카) 생산 시설에 투자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1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두 번째 세션에 참석해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등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APEC 정상회의는 이날 다자간 무역체제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2023 골든게이트 선언’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한국경제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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