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노벨상 시즌이 돌아왔다. 123주년을 맞은 올해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이 7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8일 물리학상, 9일 화학상 순으로 발표된다. 특히 올해 후보들은 일반인들도 알 만한 분야여서 어느 때보다 결과가 주목된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후보군은 인공지능(AI)으로 신약 개발에 파란을 일으킨 과학자들이다. 우리에게도 '알파고의 아버지'로 친숙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등이 물망에 올라 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비만치료제 개발자나 양자 컴퓨터 발전에 기여한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받을지도 관심사다.
6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는 7일 오후 6시 30분(한국시간)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8일 오후 6시 45분 물리학상 수상자와 9일 오후 6시 45분 화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노벨위원회는 심사 과정에서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기로 유명하다. 공식적인 후보자 명단이 없고 추천인도 공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글로벌 학술정보회사 클래리베이트는 피인용 세계 상위 0.01%에 속하는 논문을 쓴 학자들 중 연구의 독창성과 인류 공헌도를 따져 유력 수상 후보를 점치고 있다. 2002년부터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 명단을 발표했는데, 이 중 75명이 실제로 상을 받았다. 적중률이 15% 정도다.
'노벨상 족집게'로 통하는 클래리베이트는 올해 화학 분야 유력 후보로 허사비스 CEO와 함께 존 점퍼 딥마인드 수석연구원을 꼽았다. 이들은 단백질 분석 AI '알파폴드'를 개발했다. 2020년 이전까지 인간이 밝혀낸 인체 단백질의 구조는 17%에 불과했다. 하지만 불과 3년 만에 2억개의 단백질 구조가 확인됐고, 36만5000여 종의 단백질 3차원(3D) 구조 예측이 가능해졌다.
알파폴드 덕분이다. 사람이 직접 실험으로 수백 개에서 수천 개 아미노산이 연결된 단백질 구조를 일일이 분석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AI는 짧게는 수 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 안에 단백질 구조를 정확하게 해독한다.
단백질 구조를 알면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처럼 단백질과 관련한 각종 질병의 발병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낼 수 있다. 질병 치료에 신기원을 열 것이란 평가다.
두 사람은 이미 '예비 노벨상'을 두루 섭렵해왔다. 2022년에는 실리콘밸리 노벨상이라 불리는 '브레이크스루상'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래스커상'도 받았다. 래스커상은 지난 20년간 수상자 32명이 노벨상을 받은, 권위가 높은 상이다.
허사비스 CEO는 클래리베이트에 "AI는 과학을 발전시키고 수십억 명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며 "역사상 가장 유익한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래스커상은 조엘 하베너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 교수, 로테 크누센 노보노디스크 최고과학고문, 스베틀라나 모이소프 미국 록펠러대 교수 등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개발에 기여한 과학자들이 선정됐다.
GLP-1은 몸에 들어 있는 혈당 조절 호르몬이다. 소장에서 분비되며 식욕을 조절하는 뇌 수용체와 소화를 느리게 하는 내장 수용체에 영향을 미친다. 쉽게 말해 식사를 멈추라는 신호를 뇌에,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도록 하는 신호를 내장에 준다.
위고비 등 현재 세계 의약·바이오 시장을 휩쓸고 있는 비만치료제의 근간이 되는 물질이다. 래스커상 수상이 또 한번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는 양자 알고리즘을 개발해 양자 컴퓨터 발전에 기여한 피터 쇼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데이비드 도이치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꼽혔다. 원자 사이의 힘을 이용해 이미지를 얻는 원자힘현미경(AFM)을 개발한 크리스토프 거버 스위스 바젤대 교수 등도 지목된다.
노벨 과학상 배출국은 현재까지 32개국이다. 한국은 없다. 한국은 유룡 한국에너지공대 명예교수,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 고(故) 이호왕 고려대 교수 등이 유력 후보로 뽑힌 적이 있으나 수상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매일경제 고재원 기자 ko.jaew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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