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 세계에서 제한적으로 설명됐던 양자역학의 핵심 이론인 양자얽힘이 중력과 상호작용하는 현상이 실험적으로 확인됐다.
필립 발터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물리학부 교수 연구팀은 얽힌 광자를 이용해 지구의 자전 속도를 측정하고 연구결과를 1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광자는 빛의 입자로 두 개 이상의 광자가 서로의 상태에 영향을 주는 '얽힌 상태'에 있는 경우도 있다. 얽혀있는 입자들은 서로 다른 상태가 중첩돼 입자들의 전체 상태만 알 수 있고 개별 입자의 상태는 측정할 때까지 결정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연구팀은 거대한 코일에 2km 길이의 광섬유를 감아 얽힌 광자의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거대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얽힌 광자쌍의 각 광자는 광섬유를 시계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각각 통과한다. 광섬유를 따라 이동하는 광자들은 지구의 자전속도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는지에 따라 감겨진 광섬유를 빠져나올 때 시간차가 생기고 이동거리가 달라진다. 그 결과 얽힌 두 광자는 상태(위상)가 달라져 양자 간섭 현상이 일어났다.
연구팀은 지구의 자전 때문에 발생한 양자 간섭 현상을 분석해 지구의 회전속도를 계산한 결과 기존에 알려졌던 지구의 회전 속도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양자 현상으로 지구 자전과 같은 거대한 물리 현상을 측정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다음 단계의 대규모 실험을 위한 프로토타입으로 앞으로 중력이 양자역학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거대한 미스터리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동아사이언스 갈민지 기자 willgomi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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